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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학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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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도 순탄한 시간이었다. 오는 길에 마주친 사람도 없었고, 괴물도 고작해야 한둘을 마주친 것 뿐이었다. 순탄한 길에는 불행이 있고, 고행이 있는 길에 행복이 있다고 하던가.

 

 

 

 

  학교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봤다. 굳건히 지키고 있을 거라 믿었던 그곳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이미 오래 전에 버려진 듯, 건물의 잔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고 창문은 죄다 깨진 채 바닥에는 유리가 굴러다녔다. 희망조차 박살내버리는 광경에,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동생의 목소리를 불러봤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무작정 학교를 가로지르며 계속해서 외쳤다. 내 목소리가 약하게 메아리쳤다. 이곳엔 아무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얄미웠다.

 

  나는 동생이 있는 반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방금 생긴 핏자국이 길게 이어져있었다. 나는 그 자국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이 끝에 있는 사람이 동생만은 아니길 빌었다. 아니, 차라리 동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은 품는 사람 안에서 핀다고 누가 그랬던가. 나는 간절하게 빌면서 핏자국을 따라 달렸다.

 

  그러나 그 끝에 있는 건 노년의 남성이었다. 나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부모님의 오랜 지인, 누구보다 선량하고 따뜻했던 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인형을 만들겠다는 작은 인형공방주. 그 분은 다리에서 피를 철철 흘린 채로 벽에 기대 앉아있었다.

 

  “자네는.”

 

  그 분이 나를 봤다. 어두웠던 표정은 사라지고, 얼굴 가득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나는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를 불렀다.

 

  “아저씨.”

 

  “한수로구나. 연락이 안 되길래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단다.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어째서 이런 곳에 이런 모습으로 계세요?”

 

  죽어가는 사람을 제대로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외면해버렸고, 동생은 만나지도 못했으니까. 아저씨는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마치, 장하다는 듯, 괜찮다는 듯, 나를 위로하는 것처럼.

 

  “한수야. 나는 각성자란다. 각성자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니?”

 

  각성자가 무엇인지 들어보지는 못했어도, 무엇을 지칭하는 말인지는 알 것 같았다. 나는 지금까지 외면해왔던 시스템창을 열었다. 코드네임을 정하라는 알람이 떠있었다. 나는 그것을 다시 닫고 아저씨의 뒷말을 기다렸다.

 

  “전화위복이라고, 세상은 우리에게 죽을 길만 주진 않더구나. 몇몇 사람들은 신비한 힘을 얻었지. 정부는 그걸 각성자라고 부르고 있단다.”

 

  아저씨는 본인이 각성자라고 했다. 이곳에 이런 꼴로 있는 것도 각성했기 때문이란 걸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곳에 아이들이 고립되어있다는 말을 들었단다. 위험한 지역이었지만, 분명 내 친우의 자식이 다니는 학교가 아니었더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지.”

 

  나는 잠자코 아저씨의 말을 듣다가 급하게 말을 끊고 물었다.

 

  “모두 무사한가요?”

 

  그 모두에 형제도 포함되어있나요. 그 뜻을 어렵지 않게 알아챈 아저씨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매만졌다. 당장 치료한다고 해도 차도를 지켜봐야할 상처였다. 아저씨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의미를 눈치못챌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세상이 무너지고 말았다. 나 또한, 이미 무너져야 됐을텐데. 너무나도 많은 복을 받은 바람에 아직까지 이렇게 두 다리로 서있었다. 참고,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저씨는 손을 뻗어 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본인 몸도 성하지 않으면서 나를 먼저 위로하는 손길이 그저 복에 겨웠다. 가슴까지 차올랐던 설움이 썰물처럼 밀려올라와 입밖으로 터지고 말았다. 아저씨는 내 등을 끌어안고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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