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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ewellTid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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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어야했다. 당신하고도, 그런 관계였어야했다. 이미 당신이 내 안에 녹아들었다는 걸 깨달은 건 역설적이게도, 당신의 죽음을 상상했던 그 순간이었다. 나는 당신을 조금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끝끝내 죽이고 싶진 않았더랬지. 그래, 그게 내가 젖어가는 과정인 줄도 모르고, 모르는 사람을 죽이는 건 내키지 않는다고 홀로 되뇌었던 거다. 온갖 상상을 하면서도 도저히 당신을 죽이는 상상만은 할 수 없었던 건, 그래, 그때부터 이미 나는 당신에게 조금씩 젖어가고 있었던 거야. 어느새 내 일상이 당신으로 채워진 줄도 모른 채.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상자를 꺼냈다. 판도라는 호기심으로 그 상자를 열었다고 했다. 나의 호기심 또한 사그라들 줄 몰라서, 내가 보지 않는 사이 그 상자를 연 게 틀림이 없었다. 슬픔이 심장에서부터 새어나왔다. 분명 그 때 이후로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믿음은 상자의 걸쇠를 풀어버리는 힘이 되었고, 나는 그걸 알아채지도 못한 채 그저 젖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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