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트가 터졌다
우리가 있던 그곳에서
부모님은 종종 자선파티를 열곤 했다. 자선 파티의 목적은, 부모님이 후원해주던 아이들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더욱 더 많은 아이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파티는 보통 조촐하게 진행됐으나 올해는 부모님의 환갑도 껴있어 드물게 큰 규모로 진행됐다. 부모님은 항상 올바르게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처럼 가진 게 많은 자일수록 베풀 줄 알아야한다고. 그 말은 내가 살아가는 내내 따라붙었고 종내에는 내게 사람들을 지키는 능력을 부여했다.
재앙은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왔다. 그 날도 아무런 징조없이 우리 앞에 나타난 블랙홀 같은 검은 구는 우리 앞에 괴물들을 토해냈다. 그것이 물가에서 놀던 피서객들을 한차례 잡아먹는 걸 보고 우리는 펜션으로 대피했다. 저항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고립된 사람들은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본래라면 서로 울타리가 되어주는 관계였겠으나 게이트에서 나온 괴물들 앞에선 무력했다. 그런고로, 괴물로부터 그들을 지킬 이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절망에 가까웠다.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으나 신체 중 일부가 기형적으로 뒤틀려있거나 거대해진 괴물들은 우리들이 머물고 있던 건물 앞을 지나갔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에겐 눈이 없었다. 우리가 재앙으로 인해 고립되었음에도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단단한 벽이 우릴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요, 그들에게 감히 저항할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선 파티를 진행하던 건물은 꽤 넓은 펜션이었다. 야유회나 워크샵 용도로 자주 이용되던 곳인 만큼 넓은 강당도 건물 내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부모님은 언제나 부족함이 없게 사람들을 대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더욱 많은 물자를 쌓아놓은 참이었다. 참으로 다행이지. 우리는 하루에 먹을 식량을 정해두고 그것을 서로에게 알맞게 배분했다. 자선파티에 참여한 어른들은 부모님의 지인들답게 아이들에게 식량을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다.
갇힌 건 약 오십여명, 그중에서 젊은이들은 고작해야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식량이 점점 떨어져가자, 한 사람이 불안한 얼굴로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는 나갈 수 있는 거냐고. 그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부모님이 다녔던 교회의 청년부장이 나섰다. 평소에도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던 사람이었다.
“제가 나가서 살펴볼게요.”
이 말이 불씨가 된 듯 몇몇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은 든든하기보다는 무모한 나방처럼 보였다.
“구조를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지금 나가면 개죽음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목숨을 헛되이 잃고 싶진 않잖아요 다들.”
청년은 다소 부정적인 말에도 그저 웃었다.
“최악의 상황만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우리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겠죠.”
그 청년부장은 그렇게 말을 하고 채비를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챙겼지만, 과연 과도나 밀대 따위가 괴물들한테 타격을 입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걸로 공격이 통한다면 그거야말로 신기한 일이겠지만.
그들은 날짜를 잡고 세세하게 계획을 세웠다. 나를 비롯한 어른들이 몇 번이고 말렸지만 그들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울타리 밖으로 나가 스러졌다.
문이 열린 순간의 참극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들이 쥔 무기와 계획들은 아무 의미없었다는 듯 문 근처에 있던 괴물이 이쪽을 보자마자 청년부장의 허리가 두 동강이 났다. 제일 앞에 서있어 피하기도 쉽지 않았겠으나 아마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괴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순간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소리를 크게 내면 안 된다는 공동체 규칙보다도 두려움이 더 컸다. 사람들은 저마다 비명을 지르거나 혹은 비명도 지르지못하고 주저앉았다. 어느 한 아이가 내 옷을 꽉 붙잡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곧바로 내 옷에 튀는 선명한 살덩이까지.
그곳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모두 베풀기 위해 살아야한다고 배우지만, 베푸는 것도 내가 안전해야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사방에서 피가 튀었다. 내가 몇 초라도 더 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운이었다. 운이 가져다준 찰나에 나는 부모님을 돌아봤다. 이미 건물 안까지 들어온 괴물의 길어진 팔이 엄마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비현실적이다. 옆에 있던 아빠가 엄마한테 손을 뻗었다. 나는 아빠 또한 뚫릴 것을 직감했다.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눈을 감자 소리도 점점 멀어져갔다. 그나마 들리던 옅은 비명소리마저 꺼져갔다. 나는 주저앉아 내 머리를 감쌌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이 공포가 각인되기 전에 죽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