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이란
무게를 짊어지고
나는 죽음을 바란다고 생각했으나 삶에 대한 열망은 그렇게 쉽게 사그라드는 게 아니었다. 빠르게 무언가가 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했을 때, 내 주위를 감싸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내 것이라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마치 본능과도 같았다. 깊은 탈력감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자 거대한 식물의 줄기가 나를 감싸고 있는 게 보였다. 게발선인장이었다. 부모님이 파티장을 꾸미면서 선반 위에 올려놓았던 그 게발선인장. 그제야 따끔거리는 아픔이 느껴졌다. 선인장의 가시가 삐죽 튀어나와 내 살을 찌르고 있었다.
나는 그 난장판에서 홀로 살아남았다. 주변에서 생명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가증스러운 괴물들이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나 이제 내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내 주위의 것들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상실감, 그리고 이제 아무것도 안 남았다는 절망감에 나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치 방주에 몸을 싣은 사람처럼 나를 둘러싼 가시들 속에서 웅크렸다.
그러자 이제까지 이명으로 인해 들리지 않았던, 이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청명한 알림음이 들렸다.
“…각성? 그게 무슨.”
마치 게임 화면처럼 빛나는 반투명한 창 여러 개가 내 눈앞을 떠다녔다. 저마다 자신의 빛을 뽐내며 존재를 과시하는 그 창들을 보며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치 당연하게 처음부터 있어야할 존재같았다. 그것에 대한 궁금증보다 원망이 먼저 들었다. 대체 왜 다 죽고 나서야 내게 이런 힘을 주었단 말인가. 내가 정말로 살아있음을 인지하자 막아두었던 눈물이 속절없이 흘렀다. 식물들이 날 지켜주고 있어 가능한 사치였다. 생명력이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하고, 할 수 있는가. 누구를 원망해야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죽음에 먹히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으나, 나는 살아갈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금쪽같은 내 늦둥이 동생. 학교 때문에 파티에 함께 오지 못했던 내 가족을 챙겨야했다. 괴물들의 정체, 내 힘에 대한 진실 등 알고 싶은 건 많아도 우선순위는 확실하게 내 사람을 지키는 것. 오로지 그것 뿐이었으므로, 그것마저 없었으면 살아가지 못할 게 분명 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