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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힘으로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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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여전히 위협적으로 칼을 들고 있었다. 그들이 경게하는 건 이해하지만, 무기를 겨눈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게다가 저들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진정하세요.”

 

  나는 재빠르게 남자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았다. 남자가 작게 신음했다.

 

  “일단 대화부터 해봐야되지 않겠어요? 폭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순 없어요.”

 

  남자는 발버둥쳤지만 그것은 작은 나비의 날개짓과 같았다. 나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여성에게 눈짓했다. 어서 가보라고 신호였다. 여자는 내 신호를 알아들었는지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달아났다. 다른 이들은 쫓고 싶어도, 남자가 걱정되어 못가는 눈치였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건 약, 맞죠?”

 

  여자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남자를 잡은 손을 풀었다. 그의 손목엔 약하게 멍자국이 나있었다. 너무 심했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당신 뭐야!”

 

  남자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나는 진정하라는 듯 옅게 웃었다. 해칠 의사가 없다는 듯 한 손을 들고, 한 손으론 약을 꺼내 내밀었다.

 

  “너무 흥분하시는 것 같아서 잠깐 잡고 있었을 뿐이에요. 대신 이걸 가져가요.”

 

  그들은 씩씩 거리며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날 바라보다가 내 손바닥에 올려진 약통을 재빠르게 채갔다. 그리고 내가 두려웠는지 덤빌 생각도 못하고 부리나케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나는 먼지 묻은 담요가 있던 건물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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