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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거리는 어둡기만 하다. 난 가로등도 하나 없는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손에 들린 검은 봉지를 무심하게 길가 어딘가에 던져버리고는, 또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낮을 지나 밤을 지나 그렇게 도착한 곳은 빌런들의 모임이라고 불리는 장소. 하늘에 뜬 별 대신, 밝게 비추는 조명이 화려하게 길을 만들어냈다. 인정해야했다. 나는 저 하늘에 뜬 별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밝게 빛나던 시절은 모두 그 날,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것을. 그래서 이 곳에 서있는 건 유망주 김율이 아닌 그냥 빌런 김율이라는 것을. 차가운 공기가 뺨을 감쌌다. 자조적으로 흘리는 숨은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나는 입술을 꾸욱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죽음을 대비해서 천천히 걸어나가는거야. 언제 죽어도 스스로 슬프지 않도록,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슬프지 않도록. 그렇게 나아가다보면 언젠간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이제 그 때로 돌아가지는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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