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 달콤하게 절여진 그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정은 너무 달콤하더군요. 그것에 헤어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마약은 내게 독이었고, 반대로 온정은 내게 생명이었나봐요. 나는 사실 누군가의 믿음이 필요했나봐요. 부모님이 나를 믿어줬기 때문에 이제까지 내가 살아있는 것처럼, 나는 그 믿음을 잃어버리고 말아서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았던 건가 봐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슈, 당신 때문에요. 당신이 맹랑한 꼬맹이라고 하던 저는. 내가 삭막한 아저씨라고 불렀던 당신은.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 건가요?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하기엔 우린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잖아요. 왜 내게 당신의 집 열쇠를 주었어요? 왜 당신의 머리를 만질 수 있도록 허락해줬고, 왜 나한테 그 가려진 눈을 보여줬어요? 이제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겨우 짜낸 한 줌 애정밖에 없는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슈?
나는 당신을 기억할 거예요. 그러니 우리 둘 다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말은 하지말아요. 태어난 게 잘못된 사람은 없잖아요. 로베르트. 우리는 그저 존재한 것뿐이에요. 그것이 잘못된 거라고 말한다면, 세상이 잘못된 거겠죠. 로, 사랑스러운 나의 로. 확신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몇 번이고 말해줄게요. 당신의 모든 생에 걸쳐서 말해주러 갈 거예요. 당신은 잘못된 적 없다고. 나는 당신을 믿는다고. 당신이 나를 믿어줬던 것처럼, 나도 당신을 계속 믿어줄 거예요. 그야 우리 로베르트는 착한 아이잖아요.
종착지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계속 아래로 가라앉고 있던 내가 이제는 그 물의 흐름을 따라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어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내 옆에서 조용히 잠드는 당신 덕분에요. 아, 그런 목표가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 내 표정은 꽤나 웃겼겠죠. 당신이 이렇게 나를 적셨어요. 나는 이제까지 물에 짓눌려있었는데, 이미 흠뻑 젖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이제야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나는 이미 당신에게 물든 거예요. 어떻게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이 또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