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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_불운

  적막했다. 역한 숨이 지나간 자리는 말라가고 있었다. 불운한 새끼. 정은창은 헛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곧 신문에 실릴 배신자한테 하는 말인지 진실을 토해내지 못한 채 꾸역꾸역 뱃속에 담아두는 배신자한테 하는 말인지는 본인도 몰랐다. 정은창은 허무가 담긴 눈동자에 고깃덩어리를 덮었다. 사람인가, 돼지인가. 축 늘어진 팔 위로 개미가 지나간다.

  역한 냄새는 더 나지 않았다. 코가 익숙해진 탓이었다. 사람은 상황에 곧잘 적응하곤 한다. 정은창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정은창은 개미가 옮겨가는 작은 핏덩이를 무감각하게 바라보다가 힘없이 웃었다.

  흐, 흐흐. 흐흐흐.

  웃음소리를 따라 몸이 흔들렸다. 발 끝에선 찰박이는 소리가 났다. 자신이 게워낸 케이크가 쌓여있었고, 여전히 개미가 길을 만들고 있었다. 정은창은 개미를 세기 시작했다. 영 의미없는 행동이었으나 그는 제법 재밌는지 숫자를 중얼거리는 입가에 내내 웃음을 띄웠다. 개미가 한 무리 지나가면 하루가 갔다. 아마도 그랬을 거라고, 정은창은 생각했다.

  은창이, 정은창이, 미래의 스타란 말이야.

  삶은 되물림된다. 정은창의 눈엔 다리가 하나 뜯긴 정은창이 보였다. 개미가 자신의 팔 위를 지나가고 있다. 정은창은 입만 뻐끔거리며 김성식의 말을 따라했다.

  스으타.

  자신은 사람인가, 돼지인가. 하염없이 개미만 흘러간다. 정은창의 눈앞에 놓인 다리 옆으로 가위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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